추억이 진행되지 않고 정지되어 있는 그 곳..

2011. 11. 5. 17:14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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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날, 가족은 부산 백운묘지 옆, 추모공원에 잠들어 있는 작은 고모를 만나러 갔다. 비록 차가운 벽앞에 달린 고유 숫자와 사진과 이름 밖에 볼 수 없었지만 말이다. 
 아쉬운 마음에 여느 다른 사람들 처럼, 가족들과 준수 형은 작은 메모를 통해서 작은 고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유감스럽게도 나에게 카메라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핸드폰으로 찍어 담아 놓다보니 초점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메모에 담긴 내용이다.

To. 어머니 : 벌써 49제를 끝내고 추석이에요. 항상 잘 살 수 있게 지켜봐주세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사랑해요. - 아들
To. 박후자 동생 : 동생이 그리울 때면 하늘에 별을 보고, 동생이 생각날때 바람을 느끼며, 당신을 사랑하고 싶을땐 가슴을 만집니다. - 오빠가

 과거라는 것은 단순히 과거, 현재, 미래로서 구분 할 수 없다.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생긴다. 현재는 과거의 흔적을 벗삼아 미래를 향해 달린다. 지금 이 순간이 스쳐지나가면 과거가 된다다. 따라서 시간을 분절하여 그것을 투영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현재와 과거와의 구분 짓기는 애매하다. 이 모든 조건은 바로 우리에게 과거라고 불리는 그 사실이 우리 기억 속에 현전할 때 만 성립된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기억 속에 담겨있는 추억은 어느 순간 메시아 처럼 구원한다. 추억이라는 메시아는 지금 현재 우리들에게 해바라기 처럼 바라보면서, 바라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메시아가 구원을 하려면 과거와 현재가 서로 바라보는 그 순간, 강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바로 그들이 만나는 그 순간이 새로운 미래를 생성시키는 기회이자 생산이며 삶의 원동력이다. 무지막지하게 달리는 기차를 세울 수 있는 것은 우리다. 정지를 시켜야 뒤를 돌아 볼 수 있다. 뒤를 돌아 보고 깨달을 때, 새로운 길을 고민 할 수 있다. 추억을 생각하고 삶의 그리움을 찾고 나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나의 새로운 지표를 창조하게 되고 삶의 안정과 위안을 만들게 된다.

 현대의 유목민들이 그 하루 동안 수목이 되는 바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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