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에서 짬뽕의 국물을 흐르게 한 연극 "짬뽕" 그러나....

2014. 9. 21. 23:31Review/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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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원대학교 동아리 극단 얼네에서 기획한 연극 "짬뽕" 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공연은 한국교원대학교 대강당에서 14~16일 간 진행되었다. 학교, 학생, 교수, 졸업생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스케일이 있는 연극을 주로 했으며 2005년 이 극단은 대학생부분 국내 연극 대회에서 1위를 한적도 있다. 2007년 이전까지 굉장히 예술성 있는 공연을 했었는데, 이후 상업적인 연극위주로 공연하다, 이번 연극을 통해 상업적이면서 좀 더 깊이 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주고자 기획자가 상업연극을 일부 포기한 듯 했다. 대학로가 없고 연극을 접할 기회가 없는 지역의 한국교원대학교 특성상 학우들이 관심있게 공연을 관람한 덕에 이 극단은 전통적으로 대학로 연극 못지 않는 연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공연을 위해 3개월 전부터 준비 해왔다고 한다.

          연극  "짬뽕"의 전반적인 줄거리를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짬뽕을 주문했는데 그걸 먹고 싶었던 군인(사실은...군인이 아니라..)이 짬뽕 배달부의 짬뽕을 뺏으려고 하다가, 배달원과 군인 사이의 충돌로 5.18;;; 이 ;;; 벌어졌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블랙 코미디와 우리 역사의 아픔을 잘 드러내 주는 연극이 될 것이다. 아주 슬픈 이야기가 될것은 분명하나 어떻게 이 극단이 원작의 의도대로 블랙코미디와 역사의 아픔을 잘 풀어나가 웃다 울게 만들까도 주요 볼거리 요소 중 하나이다.

          이 연극에 대해 필자의 소감을 한마디로 하자면... 재미있게 보려고 하다가 지루해서 하품할때 쯤 눈물이 나오는 연극;;; 이다.

          총 2시간 소요되는 연극에서 6~7번이상 연극의 장이 전환되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상당히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거 같았다. 좀 더 내용을 줄일 필요가 있었으면 했다. 짬뽕을 배달가서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이 너무 길어 핵심사건을 할애해야할 부분이 너무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한 웃기는 과정과 일련의 사건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과정과 비극의 과정 사이의 연결고리가 너무 치밀하지 못했다. 이는 기획력의 문제다. 한 예를 들자면 배달부가 너무 감정이 치밀어 올라서 총들고 총알이 빗발치는 시위 현장으로 뛰어들어가고 애인이 따라 가버리는 과정은 5.18을 단지 군사 정권에 대한 감정적인 분노라는 이유로 저항하는 문제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너무 감정적이라는 것이다. 연극에 블랙 코미디를 깔았으며 그에 맞게 뭔가 비극을 감정보다 씁쓸한 비극으로 각색하거나 편집할 필요가 있었다. 좀 더 깊게 파고들어가자면, 배달부의 분노에 따른 결말이 왜 어떻게 분노로 이끌었는 가에 상황적으로 더 5.18 과 관련하여 부각시켰어야 했다. 단순히 왜 군인들이 우리를 통제하지? 왜 통금하는거지? 왜 자기마음대로 권력을 이용하여 민중들을 괴롭히지? 언론을 통제하지? 사람들을 폭력으로 왜 제압하지? 죄 없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구나? 이런 복합적인 불의에 정의감에 사로잡혀서 배달부가 총을 들고 시위현장으로 뛰어든다는 것은 5.18 의 의미라기보다는 더 나아가서 지금 우리 현실 문제에 불의가 너무 많다. 그런게 안보이냐? 야;; 뭐하냐;; 전장으로 뛰어 들어가자 ~ 라는 말과 더 되는 것 아닌가? 즉, 5.18 을 설명할 수 가 없다. 차라리 이 연극의 기획의도가 5.18 뿐 만아니라 지금 사회 현상까지 바라보고 그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려면, 배달부가 어떤 생존 문제에 처해있고 도저히 인간적으로는 살 수 없는 상황에서 불의에 못이겨 저항한다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 까? 너무 연극 결말이 낭만적으로 되어 버렸다.

          블랙 코미디는 일종의 정치적 풍자가 가미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재미있게 잘 살렸고, 의도 되었던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진지성과 유쾌함이 동시 잘 조율되어 있었다. 사장의 여자친구가 경상도 방언을 쓰거나 (정황상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언론 통제를 당하고 있는 방송사의 뉴스가 나오는 텔레비전을 등장인물들이 끈다고 무대 소품을 툭 치다가 무대소품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그 예다. 왜냐하면 관객들에게 갑작스런 소리, 에드립, 부자연스러움은 충격을 주고 그 충격의 순간에 여러가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연극은 마치 영화 '남영동 1985' 같이 은유적인 코미디의 요소보다는 영화 전체적으로 불의에 대한 사실적인 내용을 강하게 드러내려는게 실제 목적인 듯 하다. 그게 아니라면 5.18에 대해서 뭔가 말하려고 이것 저것 우회적으로 이야기 해보려고 하다가 그도 제대로 전달 못하고 5.18 때문에 불의에 저항하거나 죄없는 사람들이 죽어나 아직까지 그 고통을 우리 모두 기억해 달라 혹은 불의가 아직 존재 하는데 우리 뭔가 대책을 세우자 같은 은연 중의 암시를 전달하고 있는 듯하다. 관객들에게 해석을 맡기는 것은 좋지만 그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밥상을 제대로 차려주지 못한 연극이 되어버렸다. 왜 블랙 코메디를 선택했으며 왜 비극을 삽입했으며 왜 꿈이 나오고 왜 짬뽕 배달이었는지에 대해 치밀한 밥상이 차려지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에 비극적인 요소를 살려서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해줬다는 점에서 약점이자 강점이 될 지 모른다. 그러나 블랙코메디라는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그 씁쓸함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이번 연극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여러의미로 대단했다. 첫째는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벼운 연극을 다시 시도했다는 점. 둘째는 아마추어 답지 않은 배우의 연기력과 무대 구성. 셋째는 관객들의 반응이다. 어찌되었든 관객들의 반응이 기획자의 목적 중 5.18의 비극만큼은 다시 회상하자는 그런 목적에 부합되고 많이 찾아 와서 봤다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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