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4. 17:20ㆍEducation/General
지난해 학교가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면서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가 다시 코로나 이전 수준인 500건대(520건)로 증가했다. 최근 6년 만에 최고치다. 교권침해 주체도 코로나 이전처럼 다시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아져 241건에 달했다. 특히 자녀 지도에 불만을 품은 아동학대 신고가 증가하고 있어 교원들의 고통이 점점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정성국)가 10일 발표한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총 52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437건보다 무려 83건이 증가한 것이며, 코로나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2019년 이전처럼 다시 500건대를 기록한 수치다. 교총은 “위드코로나에 따른 전면 대면수업 전환으로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2021년 148건에서 지난해 241건으로 늘었다.
[그림 1] 최근 10년간 교권 침해 상담 건수 현황
[그림 2] 교권침해 주체 별 상담 건수
주요 교권침해 주체도 코로나 이전으로 상황으로 회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는 총 513건 중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238건(교직원은 94건)으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2020년(교직원 143건, 학부모 124건)과 2021년(교직원 155건, 학부모 148건)에는 ‘교직원에 의한 피해’가 2년 연속 최다를 기록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교직원 간 업무, 학사를 놓고 갈등이 첨예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대면수업으로 전환된 2022년에는 다시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절반에 육박하는 241건으로 가장 많아졌다. 이어 교직원 127건, 학생 64건, 처분권자 59건, 제3자 29건 순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증가하면서 교원의 자녀 지도를 문제 삼은 아동학대 신고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특징을 나타냈다. 교총은 “학생지도로 분류된 상담 건수 125건 중 최소한 절반 이상이 아동학대 신고 협박, 소송을 당한 내용”이라며 “이는 결국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총 241건)의 4건 중 1건이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된 셈”이라고 밝혔다.
[그림 3] 학부모에 의한 피해 원인 별 현황
이와 관련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원들이 교총에 교권옹호기금 소송비 지원을 신청하는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매년 소송비 신청 건 중 아동학대 관련은 2018년 63건 중 11건(17.4%), 2019년 117건 중 17건(14.5%), 2020년 115건 중 21건(18.2%), 2021년 78건 중 15건(19.2%), 2022년 110건 중 26건(23.6%)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교총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관련 상담 건을 살펴보면, 대부분 검찰에서 ‘무혐의’ 종결될 만큼 무고성, 아니면 말고 식의 내용으로 나타났다.
▶ 수업 중 몸이 아프다고 해서 보건실에 보냈는데 부모한테 교사에게 맞아서 아프다고 거짓말을 해 아동학대로 신고함. ▶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관리가 안 되는 학생이 있음. 하루는 해당 학생의 문제행동을 자제시키기 위해 손목을 잡았는데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함. ▶ OO초 교사는 수업 중 학생 책상 위에 다른 책들이 많아 책을 찾아주다가 몇 권이 바닥에 떨어져 주워주고 책상 정리방법을 알려줬는데 다음날 학부모가 ‘큰소리를 치며 손목을 내리쳤다’고 아동학대 신고함. 교총 소송비 지원, 검찰 무혐의 종결. ▶ A‧B 학생 간 학폭이 발생해 담임 등이 중지시키고 훈육하는 과정에서 A가 욕설을 했고, 이에 교권보호위를 개최해 특별교육이수 결정함. 이에 학부모가 ‘방송에 제보하겠다’ 협박하고 ‘휴대폰으로 때리려했다’며 아동학대 고소. 교총 소송비 지원, 검찰 무혐의 종결. ▶ OO초 수업 중, 학생들의 수업방해와 도발에 ‘선생님 머리 아프게 하지 마라’ ‘정신 이상한 사람처럼 행동하지 마라’ 제지한 것에 대해 정서학대 고소. 교총 소송비 지원, 사건 진행 중. ▶ 장애학생이 교사, 동급생에 대한 폭행이 지속돼 교권보호위 개최, 심리치료 결정을 하자 ‘교사 자질 부족’으로 아동학대 신고. 교총 소송비 지원, 검찰 무혐의 종결. |
교총은 “학부모 본인에게 돌아올 피해는 거의 없는 것을 악용해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늘고 있다”며 “이는 교원들의 교육지도 위축과 회피로 이어져 결국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법률이 오히려 교육적 ‘방임’이라는 아동학대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총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부터 면책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안을 마련해 대국회 입법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총은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등 교육 관련 법률과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는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직접 마련해 제시하고, 국회 의원 발의 활동을 전개 중이다.
또한 “신고만 되면 직위해제 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악의적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무고 또는 업무방해로 고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피해교원에 대해서는 심리 상담‧치료‧요양 등의 보호조치와 교원치유센터 지원, 소송비 지원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악성 민원 등을 제기하는 학부모에 대해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강제력 있는 엄정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형사 사건 수준의 경우에는 교원이 원할 경우 교육청이 고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생에 의한 피해로는 ‘수업방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가장 많았다.(수업방해 34.4%, 폭언‧욕설 28.1%, 명예훼손 20.3%, 폭행 9.4%, 성희롱 7.8% 순)
▶ A초. 수업 중 돌아다니고 다른 학생을 괴롭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지도에도 응하지 않음. 학부모에 안내하고 상담을 권유했으나 거부함. 이후에도 문제행동이 되풀이돼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자제시키는 것에 대해 아동학대 신고함. ▶ B고. 책도 안 갖고 다니고 수업 중에 엎드려 잠만 자서 지도에 어려움. 이 학생 때문에 다른 아이들도 자려고 해 큰 소리로 주의를 줬더니 학부모가 학교에 항의함. ▶ C중. 수업 시작 후에도 교실에 안 들어가고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들을 교칙으로 지도하려 했으나 통제 불가. 하루는 도망가는 것을 보고 신체 일부를 잡았는데 폭력을 당했다며 학부모에게 알려 항의함. ▶ D초. ADHD 성향 학생이 교실, 방과후교실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킴. 사고 우려가 있어 몸에 손을 대야 하는데 아동학대 신고 당할까봐 못함. 학부모는 교사가 책임져여 하는 것 아니냐는 말만 함. |
교총은 “학생의 수업방해, 교권침해 등 문제행동 시, 교사가 즉시 지도‧제재할 방법과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많은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며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보장하는 법, 제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교총은 제38대 정성국 회장 당선 직후, ‘교원 생활지도법 마련’을 핵심과제로 내걸고 전국 교원 서명운동,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등 줄기찬 활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교원에게 생활지도권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6월 28일 시행)을 관철해냈다. 이어 교총은 수업방해 등 문제행동 시, 교원이 실질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교실 퇴장 △교육활동 장소 내 특정 공간으로 이동 △반성문 등 과제 부과 등을 담은 동법 시행령 개정안을 교원단체‧노조 중 최초로 지난 4월 26일 교육부에 전달, 반영을 촉구한 바 있다.
교총은 “시행령 개정까지 관철시켜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함께 보호하고,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의지를 밝히면서 “교육부는 현장 염원을 담아 마련한 교총의 시행령 개정안을 반드시 반영해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는 중대 교권침해에 대한 처분 학생부 기재, 가해학생-피해교사 즉시 분리, 교권보호위 교육지원청 이관 등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며 “교권침해의 실질적 예방을 위해 조속히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총은 교권침해 상담을 넘어 피해교원의 법적 대응에 필요한 소송비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해에는 제102차, 제103차 교권옹호기금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총 80건에 1억 5910만원의 소송비를 지원했다. 최근 연도 별 소송비 지원액과 건수는 2018년 8,100만원(43건), 2019년 1억 4,000만원(59건), 2020년 2억 1,970만원(92건), 2021년 1억 6,570만원(90건)이다.
교총은 1978년부터 교권침해 사건에 대한 법적 대응과 소송을 지원해오고 있다. 변호사를 포함한 각계 전문가들로 교원옹호기금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교권침해 사건 심의를 거쳐 2022년까지 17억 2천여만원을 소송비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이와 별개로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데 대응해 교원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될 경우, 변호사가 함께 동행하도록 안내하고 동행비를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정성국 회장은 “교원이 존중받아야 교육혁신이 가능하고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 보장도 실현할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교총이 요구한 법‧제도 개선방안을 포함해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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