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5. 20:02ㆍLiteratur/English
랍 신(Rob Shin)의 『접대의 기술』(The Art of Waiting) 분석
석사과정 201180142 박형락
미국에서의 한국인 연극사는 인종 차별의 역사 그 한가운데 증인으로 존재 했다. 한국계 미국 연극인은 피터 현(Peter Hyun)에서 시작한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으나, 17살에 하와이로 떠났다”(Esther 16). 미국에서 대학에 재학하여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연극계로 진출 하였다. 입센(Henrik Ibsen)과 체홉(Anton Chekhov)의 영향을 받으면서 열정을 불태우다가, “쉴새 없는 인종 차별은 극장 내부에서 직면” 하기도 하면서 힘든 연극 생활을 하였다(Esther 17). 하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비버들의 봉기』(Revolt of the Beavers)를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 함께 연합하여 감독하고 캐스팅하였다. 이 작품이 피터 현에게 있어서는 “연극에서 모든 작업의 궁극적 총집합”인 작품이었다(Esther. 17. Peter Hyun. In the New World. Honolulu: Hawaii UP. 1995. 119 재인용). 연방 연극 프로젝트의 감독이었던 필립 바버(Philip Barber)가 피터 현에게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자고 제안을 받았으나, 출연자들이 “피터 현을 감독으로서 브로드웨이에 함께 가는 것을 거부했었다”(Esther 17-18). 그들은 그에게 중국인(Chinaman)이라고 하면서 그를 브로드웨이에서 함께 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다행이 그는 공동 감독자로서 브로드웨이에 첫 이름을 올렸으나, 그는 그것이 마지막이었고 연극인으로서 은퇴하게 되었다. 마치 나치(Nazi)가 자행한 유태인의 인종차별 속에 숨어있는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논리일 뿐 아니라 아직까지 독일이 깊이 드러내지 않고 있는 소수인종 차별과 정치범 그리고 장애인과 동성애자 차별과 같이 미국 내에서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은 당시만 하더라도 크게 이슈화 되지는 않았다. 위의 사건 이후 60년대 첫 극작가 오순택이 등장하였으며, 90년대 들어서야 한국계 극작가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랍 신(Rob Shin)은 줄리아 조(Julia Cho), 로이드 서(Lloyd Suh), 성노 (Sung Rno), 다이아나 손(Diana Son) 그리고 필립 정(Philip Chong) 등 2세대 극작가의 대표적인 작가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의 공통점은 말 그대로 2세대의 한국 이민 역사의 세대이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에 정착되었다가 이민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문화에 애초부터 정착되어 있는 상태에서 성장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며 몸에 뿌리 깊이 박혀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미국 문화인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어 보다는 영어가 유창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극작가들은 “어디까지나 미국인으로서 성장배경에서 체험했던 한국문화를 묘사하고 있다”(이미원 11). 또한 이들은 미국문화의 시각에서 “성공에 대한 스트레오타입이나 남아선호사고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나타나며, 한인이나 마이너리티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한 고발도 강했다”(이미원 11). 문제는 이러한 고발을 하면서도 이들 스스로 미국인으로서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한마디로 두 문화 사이의 경계지에 서있는 경계인으로 어느 한곳에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이 미국인들이 “한국문화가 이들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이미원 11). 최근 미국 연극의 경향은 흑인과 소수인종과 백인종에 대한 그 차원을 넘어서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닉 차 킴(Nick Cha Kim)과 영 진 리(Young Jean Lee)가 대표적인 희곡 작가이다. “아시아인만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인종의 등장하며, 휴머니즘에 기저한 다인종들의 복합적인 삶이 그려지는 것이다”(이미원 12). 이들의 극 작품은 한국의 문화에 대한 내용을 전혀 찾아 볼 수 없거나, 아예 소재로는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의 문화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어 표현하기도 한다.
기원전 4세기 예루살렘이 멸망하기 이전에, 당시 거대한 도시였던 메소포타미아의 침략으로 수많은 유대인들이 포로로 잡혀갔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밖에 흩어져서 살게 되었는데, 이를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한다. 이 의미가 확대 되면서 “다른 민족들의 국제이주, 망명, 난민, 이주노동자, 민족공동체, 문화적 차이, 정체성 등”의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윤인진 5). 수많은 개념들이 있지만 이들의 공통적 속성은 “한 기원지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두 개이상의 외국으로 분산한 것, 정치 및 경제적 기타 압박 요인에 의하여 비자발적이고 강제적으로 모국을 떠난 것, 고유한 민족 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동족에 대한 애착과 연대감을 갖고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기 위한 초국가적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모국과의 유대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윤인진 7. 최인범 재인용). 다인종 및 다민족사회의 소수집단을 워스(Wirth)는 4가지로 구분하였는데, 다원주의적 소수집단, 동화주의적 소수집단, 분리주의적 소수집단 그리고 호전적 소수집단이 그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경우는 첫 번째의 경우로 이는 “자신의 문화적 전통과 양식을 지키면서 주류사회의 주요 정치적, 경제적 제도에 참여”하는 경우이다(윤인진 27). 한국인의 미국으로의 이민 역사는 크게 3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초기이민시기는 광복이전의 시기로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자와 독립운동가와 유학생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중기에는 1964년 미국의 이민법 개정 이전의 시기이다. 이때는 대부분이 미군 병사와 결혼한 여성과 입양아였다. 한국인의 입양자 수는 “입양된 모든 외국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 었으며, “1991년 루마니아가 한국을 앞지르기 전까지, 30년 이상을 미국 입양자수 1위에 위치해 있었다”. (Josephine 33). 백인가족에서 성장한 입양자는 초기이민자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백인의 보호아래 자랐으나, 한편으로는 인종차별의 영향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이들에게 “인종의 다름과 문화적 영토를 이해하려는 욕망은 그들의 혈육들을 찾기를 시도하거나 그들이 태어난 곳인 한국을 찾아 여행하는 것을 이끌었다”(Josephine 34). 1965년 이후의 이민자들은 영주 목적으로 가족 단위의 이민자들이다. 이들은 몇 개로 한정할 수 없이 수많은 목적으로 이민을 시도 하였으며 다양한 계층이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민을 시도 하였다. 이 때 당시 한국인은 “저소득 흑인지역에서 흑인과 직접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고 사회적 지위도 비슷하기 때문에 직접적 경쟁의 상대”로 살아왔다(윤인진 228). 또한 “정치력에서는 흑인에 비해 열세이지만 경제력에서는 우위”에 있었다. 한인은 당시 이미 중산층으로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윤인진 229). 문제는 이 한인들의 주요 자영업 지역이 흑인들의 지역과 함께 있다 보니, 흑인들의 시각에서 상당히 경제적인 차이를 눈에 띄게 볼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당시 흑인들은 “굴러 온 돌이라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영어 구사력과 미국 문화에의 친숙성으로 인해 한인에 대해 주인의식과 인종적 우월감을 갖는 경향”이 있었다(윤인진 229). 이와는 다르게, 한인들은 흑인들의 경제성과 비교하여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점점 자신들이 경제적으로 백인과 가깝게 다가가고 있기 때문에 그 지위도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서로에 대한 갈등은 “편견과 사회적 거리감을 확대시키며 백인지배의 미국사회에서 소수민족으로서 공동 운명의식을 갖게 하는 것”을 힘들게 하였다(윤인진 230). 랍 신이 쓴 『접대의 기술』(The Art of Waiting)은 1993년에 나온 작품으로 한인과 흑인간의 대립이 서로 가장 극에 달했던 “1992년 LA 흑인폭동 이후 한인의 인종문제에 대한 반성”을 담은 작품이다(이미원 9). 이는 백인에 대한 한국인의 인종 문제 만이 아니라, 다른 소수인종간의 차별도 잘 보여준다. 극에서는 각 인종간의 “스트레오 타입을 과장시키며 조롱함으로써 인종문제를 고발”하기고 한다(이미원 10). 이 극은 그녀에게 미국 대학 연극 축제에서 주는 상을 수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아무런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극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미국 사회에서의 인종차별을 미국 2세대 한국인 청년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랍(Rob)이라는 주인공이 무조건 백인에게 차별을 받는 것이 아니다. 자신도 다른 인종을 차별한다. 극은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처하는 상황이 2막 혹은 3막, 4막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 않고 완결에 가까운 각 각의 에피소드들로 그의 내면과 외부를 끊임 없이 왔다 갔다 하는 방식이다. 스탠딩 코미디에서 백인의 시각을 통해 보는 인종차별을 자신도 당하는 격이지만, 그것을 이용해서 관객을 웃겨야하는 주인공 이야기,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민 1세대 이야기 그리고 자신에게 학교선생님이 불렀던 이름 등등 여러 인종 차별에 직면했던 경험을 극 중에서 떠올린다. 여기에 중국 레스토랑 웨이터로 활동했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흑인여성의 만남, 그리고 팁과 관련된 문제와 함께 자기가 직접 인종 차별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행동하다가 심판 받게 되는 일을 겪는다. 또한 시작의 처음과 끝 부분은 인종차별을 연상케 하는 주제를 암시하는 부분을 나타내고 있다. 이 모든 복잡하고 수많은 사건들을 주인공은 연상하는 것으로서 극이 꾸며진다. 쇼비즈(Mr. Shobiz)씨 요구로 인해, 자신이 중국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으로서 행세를 하면서 우스꽝스럽게 다른 유명한 흑인 배우들처럼 아시아인을 풍자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그렇게 극을 꾸며 무대에 나가야 하는 시간은 고작 10분이다. 자신이 무대에 들어가기 전에 기다리는 동안, 기다림의 미학을 생각하고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체험했던 중국 레스토랑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연상을 거쳐 자신의 과거를 체험한다. 그리고 아시아인들에 대한 조롱을 무대로 하는 코미디에 자신이 참석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러한 과거의 연상 경험을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을 뿐 아니라, 과거의 자신의 행동과 경험들을 다시 상기하면서 수많은 문제들의 조각 조각들이 하나의 거대한 응집으로 이루어져 수많은 것들을 산출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비집고 침투하여 주인공의 억눌렸던 관습문화를 깨트려버린다. 초조하게 기다림을 참지 않고 짧은 생각으로 사고 하고 판단해서 여태껏 차별하고 당하고 넘어가기만 하고 오히려 눈과 머리를 염색으로 해결하려던 그가 마지막 부분에 이제까지 생각을 토대로 만들 코미디를 자기도 모르게 무대에서 내뱉지도 못한 채 인종 비하 발언에 대해 머뭇거리게 된다.
재미 한국인 2세들은 대개 백인들과 똑 같은 대우를 받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부모의 문화와 “또래 집단의 미국화(Americanization)”로 인해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온다(윤인진 254). 이와 함께 주인공 랍의 어린 시절의 곰과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백인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피부색과 인종 때문에 무엇 하나 편안하게 수용할 수 없는 혼란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우미성 81). 미국 사회를 주인으로 삼고 있고 사회 및 경제 중심으로 생각하는 백인들이 생각하는 아시아인들은 중국인,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은 전부 같게 보인다. 따라서 그 고정된 편견은 미국인이고 고학력자인 랍에게까지 취급 받게 된다. 랍은 2세대들이 겪는 애국화와는 다른 미국화를 선택하였다. 그러면서 데니스와 랍의 대화처럼 자연스레 백인의 룰을 따르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합리적으로 흑인에 대한 편견을 심게 되었다. 이는 위의 설명한 흑인과 한국인과의 관계 사이에서의 경제적인 관계 그리고 사회적인 관계에서 서로가 생각하는 차이에 발생하는 문제를 촉발시킨다. 극의 제목 『기다림의 미학』처럼 기다림에 대해 여러 가지 뜻이 이 극에서는 담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기다림은 10분이 사람에 따라 길어 질 수 도 짧아 질 수 도 있다. 초조해 하는 웨이터의 랍과는 대비되는 무언가의 미학을 극작가는 우리들에게 원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들이 주류 백인의 문화에 맞추어 자신들의 문화를 과장시키거나 왜곡시키더라도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점을 들춰내고 정지시키지 않은 채, 경제적이고 사회에 맞춰나가 자신의 뼈를 깎는 극단적이고 손쉬운 재빠른 과정은 경계해야 할 부분일 수도 있음을 극작가는 경고하고 있다.
참고문헌
우미성. 「The Art of Waiting 의 인종적 유머와 기다림의 미학」. 『현대영미드라마』. 24.3 (2011): 71-96
윤인진. 『코리안 디아스포라』. 서울: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4
이미원. 「한국계 미국 대표 극작가와 그 작품세계」. 한국연구재단(NRF) 연구성과물. 2008. 1-58
Brian, Nelson, ed. “THE ART OF WAITING”. Asian American Drama: 9 Plays from the Multiethnic Landscape. Milwaukee: Applause Books, 2000. 325-83.
Esther Kim, Lee. A History of Asian American Theatre. Cambridge: Cambridge UP. 2006
Josephine, Lee, Eitel Don, and Shiomi R. A., eds. “Walleye Kid: The Musical”.
Asian American Plays for a New Generation. Philadelphia: Temple UP, 2011. 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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